몽골에서 지내다 보면 종종(아니, 매번) 시간 약속 때문에 당황스러운 경우가 있다.
약속 시간보다 한두 시간 늦는 건 기본이고, 가끔은 연락도 없이 안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몽골에서는 흔한 일로 여기고 담담하게 이 상황을 받아들인다.
몽골에서의 시간이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나름대로 이해하고 해석해 본다.
몽골인의 시간 약속 어긴 풍습: 문화적 맥락과 이유
몽골인은 시간 약속을 잘 안 지키는 특징은 그들의 문화적 맥락과 일상적인 환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이유로 몽골인들은 시간 약속을 어길 수 있으며, 이는 문화적 특성, 자연환경, 사회적 맥락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이해해 볼 수 있다.
자연환경과 유목 생활
몽골은 광활한 초원과 엄청난 자연환경으로 유명하다. 드넓은 대지에서 살아왔던 몽골인은 자연에 의존하면서 삶을 유지해야만 했다. 자연환경은 예측하기 어렵고,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나 자연재해로 인해 계획된 일정이 빈번하게 무너질 수 있다. 이러한 자연의 불확실성이 몽골인들이 쉽게 일정을 미루거나 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던 거 같다. 또한, 몽골의 많은 사람이 여전히 전통적인 유목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이동식 생활은 고정된 일정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어 시간 약속을 어기는 경향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즉흥적인 사고방식과 절대적인 가족(사회) 관계
몽골 문화에서는 즉흥적이고 유연한 사고방식이 강조된다. 몽골인은 계획을 세우기보다 현재의 상황에 맞추어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예상치 못한 일정 변화에 쉽게 적응할 수 있게 만들어주지만, 동시에 시간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또한, 몽골인은 항상 가족과 사회적인 관계를 강조한다. 가족이나 친구와의 소중한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예정된 일정을 미루는 것은 몽골 문화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다.
현대 몽골 사회의 영향
몽골의 정책이나 경제정인 환경도 시간 약속을 어기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면, 교통 체계의 미흡이나 비효율적인 시스템은 예상치 못한 지연을 야기한다.
몽골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여사는 울란바토르는 교통체증이 엄청나다. 도보로 30분이면 가는 거리를 차로 이동하면 2시간은 족히 걸린다.
지방과 연결하는 교통망 또한 미흡한 실정이다. 주요 도시와 연결된 도로는 최근 포장된 고속도로를 확장하고 있지만 비포장 도로가 대부분이다. (도로라기보다는 초원에 자연스레 생긴 길이라고 할까...)
이러한 요소는 개인이나 기업의 시간 약속을 지키기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긍정적인 관점에서 우리는 몽골인의 시간을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몽골인의 시간관념 - 자연과 조화로 이루어진 삶의 흐름
몽골인들은 자연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계절의 변화, 태양과 달의 움직임이 그들에게 시간을 알려주는 주요한 수단이다. 여름의 긴 낮과 겨울의 긴 어두운 밤은 그들의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시간은 자연의 변화와 조화로 존재하며, 일상생활은 이에 맞추어 흘러간다.
또한 그들은 단순한 시간의 흐름뿐만 아니라 공동체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시간이라는 개념의 의미를 얻는다. 시간에 따른 모임, 축제, 행사는 몽골인들이 시간을 함께 나누고 소통하는 자리이며, 공동체와의 연결을 통해 삶의 가치와 의미를 찾는다.
더불어 몽골인들은 전통과 현대를 조화롭게 융합시키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삶을 조화시키면서, 그들은 시간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의 몽골은 전통적인 행사와 현대적인 생활 방식이 공존하면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시간의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몽골인에게 시간이란 자연과의 하모니다."
몽골인들의 시간관념은 자연과의 하모니를 강조하며, 공동체와의 연결, 끊임없는 발전, 전통과 현대의 균형을 반영한다. 그들은 자연의 순환에 따라 시간을 살아가며, 공동체와의 소통을 통해 삶의 가치를 찾아가고 있다. 몽골인의 시간관념은 고요한 것이 아닌,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의 흐름을 의미한다.
몽골인의 삶은 녹녹지 않다.
(몽골 1인당 GDP는 2019년 기준으로 4,470달러로 세계 193개국 중 126위다. -몽골 통계청)
하지만 몽골인은 내일은 걱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비록 가난하고 선택의 폭이 좁은 삶을 살아가지만, 시간과 조화를 이루며 공동체와 함께 소통하고 이해하며 살아간다.
(세계에서 어느 나라가 가장 행복한가를 측정한 2022년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몽골은 조사 대상 164개국 중 68위를 기록했다,-한국 59위, 일본 54위. 세부적으로 보면 1인당 GDP 측면에서 82위, 사회적 지원 측면에서 22위, 건강한 삶의 기회 측면에서 104위, 선택의 자유 측면에서 118위, 관대함 측면에서 27위를 기록했다.)
몽골인의 시간 약속 어기는 풍습은 그들의 문화적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자연과의 조화, 이동 생활양식, 즉흥적인 사고방식, 사회적 가치 등이 서로 교차하며 이러한 특징을 형성했다. 다양한 이유로 시간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하는 몽골인들에 대한 이해와 존중은 상호 문화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어갈 수 있는 필수적인 과제다.
1 жил(질) - 년
12 сар(사르) - 달/개월
365 хоног(허넉) - 일
8760 цаг(착) - 시간
55600 минут(미놑) - 분
3153600 секунд(세콘드) -초
Би чамайг үргэлж санаж байна.(비 참맥 우르겔지 사나지 밴)
- 난 너를 항상 그리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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