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전통악기 морин хуур(Morin khuur, '머릉호르')는 두줄로 된 이현(二絃) 악기로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마두금(馬頭琴)라고 부릅니다. '머릉호르' 전통음악은 200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몽골의 유목 문화의 독특함을 상징하는 '머릉호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까요?
죽은 말을 사랑으로 기리는 악기 - 머릉호르의 전설
머릉호르의 정식 명칭은 Морин толгойтой хуур(Morin Tolgoitoi Khuur, 머릉 털거이테 호르)입니다.
이를 직역하면 '말의 머리가 있는 악기'로 번역할 수 있겠네요. (мор[머르] : 말, толгой[털거이] : 머리, хуур[호르] : 악기)
머릉호르의 맨 위에 말머리 장식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부릅니다.
머릉호르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해볼게요. 외몽골(지금의 몽골)과 내몽골에 전해지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우선, 내몽골을 제외한 몽골지역에서 전하는 후후 남질(Хѳхѳѳ Намжил, Khukhuu Namjil)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작은 마을에 후후 남질(Хѳхѳѳ Намжил, Khukhuu Namjil)이라는 젊은 남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후후 남질은 노래를 굉장히 잘하는 성실한 청년이었는데 어느 날 지역 유지의 집에 일을 도와주러 가게 되었는데(부역), 후후 남질의 성실함과 노래에 유지는 그를 매우 아꼈습니다. 그리고 유지의 딸과 후후 남질을 사랑하게 빠지게 되었죠. 하지만 어느덧 부역이 끝나고 후후 남질은 고향에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유지의 딸은 너무 슬퍼했고, 유지는 후후 남질과 딸이 만날 수 있도록 후후 남질에게 말을 선물했습니다. 선물 받은 말의 이름은 저넝 하르(Жонон хар, Jonon khar)이었고, 이 말은 놀랍게도 하늘을 날 수 있었답니다.
후후 남질은 고향에 돌아혼 후 매일 밤마다 저넝 하르를 타고 유지의 딸을 찾아갔어요.
한편, 후후 남질의 마을에는 오래전부터 그를 짝사랑하던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항상 후후 남질을 바라보고 사랑했지만, 그는 그녀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후후 남질이 밤마다 저넝 하르를 타고 어디론가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녀는 질투심에 사로잡혀 후후 남질이 없는 틈을 타서 저넝 하르의 날개를 잘라버렸습니다.
저넝 하르는 결국 죽고 말았습니다.
후후 남질은 죽음을 슬퍼하며 저넝 하르의 털과 뼈로 악기를 만들어 연주하며, 평생 동안 저넝 하르의 명복을 빌었다고 합니다.
이 악기가 오늘날의 머릉호르라고 합니다.
내몽골에 전해지는 머릉호르에 대한 전설 이야기는 좀 다릅니다.
옛날 시골에 가난한 아이가 살았는데, 양치기를 하며 초원을 거닐던 중 하얀 망아지를 발견합니다. 망아지는 훌륭한 백마로 자랐어요.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서 큰 경마대회가 열렸고, 소년과 백마는 대회에 참가하여 우승을 합니다. 하지만 마을 관리가 소년의 백마를 탐내서 그 말을 빼앗아 버립니다.
마을 관리는 빼앗은 백마를 자랑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말을 타려 했으나, 백마는 마을 관리를 떨구고 달아납니다. 마을 관리는 화가 나서 부하들에게 말에게 화살을 쏘라 명령합니다.
화살에 맞아 피투성이가 된 백마는 소년에게 돌아왔지만 결국 죽고 맙니다.
너무 슬퍼하던 소년의 꿈속에 나타난 백마는 자신의 뼈와 털, 가죽으로 악기를 만들어 영원히 간직해 달라고 부탁하죠.
소녀는 꿈속에서 전한 백마의 소망대로 악기를 만들어 평생 간직하며 백마를 추억했습니다.
이 것이 머릉호르의 시작이라고 내몽골에서는 전합니다.
물론 두 이야기는 다릅니다만 주인공은 말을 사랑했고, 죽은 말을 기리기 위해 악기를 만들었다는 내용은 비슷하네요.
이처럼 머릉호르는 몽골인에게 가족처럼 소중했던 말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머릉호르의 구조와 연주법
원래 머릉호르는 울림통을 나무가 아닌 가죽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1965년부터 대중화를 위해 울림통을 나무로 만들기 시작했죠.
두 줄로 된 머릉호르는 지판 위의 현을 아래로 눌러 소리를 내는 방식이 아닌 현 측면을 손톱 윗부분(검지, 중지), 손가락 끝부분(약지, 소지)으로 비스듬히 눌러 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운지법이 일반 현악기들에 비해 굉장히 까다롭다고 하네요.
머릉호르의 현은 말의 털을 사용해 만드는데 외현은 약 130개, 내현은 약 105개의 털을 꼬아 만듭니다. 지금은 말 털대신 나일론 줄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줄감개 부분을 용머리로 장식합니다.
머릉호르의 소리는 첼로와 비슷하고, 이 때문에 '초원의 첼로'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머릉호르의 연주를 듣다 보면 말의 울음소리를 비롯해서 몽골 초원의 소리를 느낄 수 있어요. 정말 신기합니다.
머릉호르는 연주할 때, 무릎사이에 악기를 끼고 마치 말을 타는 듯한 자세로 활을 이용하거나 손가락으로 퉁겨서 연주하는데, 이 때문에 옛날에는 오직 남자만이 연주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몽골의 보석 같은 전통의 소리, 머릉호르
얼마 전(2024년 2월) 몽골의 대통령은 머릉호르를 기리고 이를 대중화하기 위한 법령을 발표했습니다.
법령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머릉호르는 몽골 민족의 자부심미여 정신이므로 몽골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야한다.
- 일반 교육 기관에서 종합적인 국가 예술 교육을 위한 학습 환경, 조건 및 자금을 조성하고 커리큘럼에 머릉호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 아이막, 구, 솜 등의 문화원의 활동 방향에 따라서 머릉호르 훈련 실시 내용을 반영하고 시행한다.
- 머릉호르를 세계에 홍보하고 전파하는데 관심을 기울이고 해외 몽골 학교와 훈련센터에서 머릉호르와 민족 예숙의 훈련을 지원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 머릉호르 연주자 양성 시스템을 지원한다.
- 머릉호르 생산과 공예를 지원하고 악기 제작자를 양성한다.
- 몽골 대통령 후원으로 3년마다 국제 머릉호르 축제를 조직한다.
머릉호르는 몽골의 전통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결혼식, 축제, 의식, 그리고 전통 행사 등 다양한 행사에서 사용되는 악기로 몽골의 민족정체성을 강조하고, 전통문화의 보존과 전승에 큰 역할을 합니다. 또한 몽골인들에게 정신적인 위로와 활력을 주는 악기입니다. 그래서 머릉호르는 오랜 세월 동안 몽골 민족의 삶과 역사에 뿌리 깊게 자리한 소중한 보물이자 친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몽골인들은 이 악기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몽골에서는 머릉호르가 집집마나 하나씩 있을 정도며(머릉호르를 부적처럼 여깁니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꼭 배우는 악기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의 K-팝, K-드라마 등 K-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을까요? 깊이 생각해 볼 대목이라 여겨집니다.
몽골의 문화와 역사를 반영하는 소중한 악기, 머릉호르의 화려한 소리와 아름다운 모습을 한번 감상해 보세요. 몽골의 광활한 대지를 닮은 민족정신과 함께 몽골의 아름다움, 그리고 몽골의 깊은 의미를 느낄 수 있을 기회가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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