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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이야기

허르헉, 유목민의 맛과 온기를 함께 나누다

by Konstantin E 2025.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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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골 대초원 한복판에서 유목민 가족과 함께 허르헉(Horhog, хорхог)을 만들고 나눠 먹는 하루.

 이것은 단순한 몽골 전통 음식 체험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 그리고 문화에 대한 따뜻한 교감 그 자체입니다. 허르헉이 익어가는 내내 불에 달궈진 돌에서 피어오르는 고기 향이 코끝을 찌르고, 웃음소리는 초원 위를 부드럽게 흘러갑니다.

손끝엔 따스함이, 마음속엔 나눔의 철학이 스며듭니다.

허르헉

몽골 전통 음식, 허르헉이란 무엇일까?

 몽골의 허르헉(Horhog, хорхог)은 돌과 불로 고기를 익히는 독특한 방식의 전통 요리이며, 쉽게 말해 ‘돌을 이용한 양고기 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이나 염소 등 큰 고깃덩이를 뼈째 토막 내고, 감자, 당근, 양파 같은 채소를 큼직하게 썰어 함께 준비합니다. 특별한 솥이나 통에 고기와 채소를 차곡차곡 담고, 그 사이사이에 달군 돌멩이를 넣은 뒤 뚜껑을 닫고 불에 올려 천천히 익히는 것이 요리법입니다. 이렇게 하면 고기가 자기 육즙에 졸여지고 불맛까지 배어들어 깊은 풍미를 냅니다.

 

 허르헉은 몽골 유목민들의 생활 방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상징적인 음식입니다. 몽골인들은 전통적으로 가족이나 이웃들이 모여 허르헉을 나누어 먹으며 공동체 정신을 다져왔다고 합니다. 실제로 몽골인들에게 허르헉은 단순한 별미가 아니라 함께 어울려 먹는 행사 그 자체로 여겨집니다. 중요한 손님이 오거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 만드는 일종의 잔치 요리이기도 합니다. 이런 전통 음식을 현지인들과 직접 해보는 것은 여행자로서 더없이 귀한 기회일 것입니다.

 

허르헉 레시피

Step 1. 양 도축 – 삶에 대한 경의로 시작되다.

 허르헉 만들기는 고기를 시장에서 사는 것이 아닌, 직접 양 한 마리를 도축하는 것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유목민 아저씨는 피를 땅에 흘리지 않는 전통 방식으로 짐승을 도축하며, 자연과 동물에 대한 깊은 존중을 보여줍니다. 이는 또한 야생동물의 접근을 막고 땅을 정결하게 유지하려는 지혜이기도 합니다.

양-도축

Step 2. 돌 달구기 – 허르헉의 심장.

 초원에서 주워온 주먹만 한 강돌들이 모닥불 속에서 빨갛게 달궈집니다. 이 뜨거운 돌들은 허르헉의 핵심 조리 도구입니다! 고기와 채소 사이에 넣으면 열기로 속까지 고루 익히고 스모키한 풍미를 만들어냅니다. 돌을 넣을 때 고기 육즙이 '지익!' 하며 증기로 바뀌는 장면은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초원의 작은 마법 같습니다.

Step 3. 층층이 담기 – 고기와 채소, 돌의 하모니.

 큰 금속 통 안에 손질한 양고기, 감자, 당근, 양파를 층층이 쌓습니다. 그 사이마다 달궈진 돌을 넣고, 마지막에는 물과 소금을 살짝 넣은 후 뚜껑을 닫습니다. 이 통은 모닥불 위에 얹혀져 약 1시간 동안 증기와 압력으로 천천히 조리됩니다. 인덕션도, 오븐도 없이 오직 불과 돌만으로 요리하는 모습은 정말 경이롭습니다.

허르헉-요리법

Step 4. 허르헉 완성 – 손으로 나누는 불맛.

 뚜껑을 여는 순간, 뜨거운 김이 얼굴을 감싸고, 구수한 고기 향이 폭발하듯 퍼져나갑니다. 부드럽게 익은 양고기, 감자와 당근, 그리고 그 사이사이의 시커먼 돌멩이들까지...

 몽골에서는 각자 접시 없이 손으로 고기를 들고 뜯습니다. 쟁반 위에 둘러앉아 고기를 나누는 모습은 투박하지만, 그 안에는 깊은 공동체 정신이 녹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요리에 사용한 뜨거운 돌멩이를 서로에게 나누어주는데, 뜨거운 돌을 손에 쥐는 것은 건강과 기운을 기원하는 전통 의식입니다.

이 돌은 손에 쥐면 기운이 생겨요.

 

보드카와 골수까지 – 진짜 환대의 맛

 허르헉에는 보드카가 빠질 수 없습니다. 보드카 한 잔을 건배한 후, 남은 뼈마디를 뚝뚝 자르고 골수를 꺼내 먹습니다. 뼛속까지 남김없이 먹는 그들의 식사 방식은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자 음식에 대한 최고의 예의입니다. 고소한 골수 맛은 또 다른 별미입니다.

보드카-몽골

 허르헉은 단순한 고기 요리가 아닙니다.

 허르헉은 사람과 사람 사이, 자연과 인간 사이의 연결고리입니다. 언어가 달라도 불 앞에 앉아 나눈 한 끼 식사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 그 진심을 가득 담은 허르헉 한 접시가 이방인을 진짜 몽골의 품 안으로 데려다줍니다.

 

 혹시 당신도 언젠가 대초원으로 떠날 계획이라면 꼭 유목민들과 함께 허르헉을 만들어보는 특별한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언어는 다르지만 따뜻한 고기 한 점에 담긴 마음은 누구에게나 통합니다.
 그러니 당신도, 이 특별한 순간을 꼭 한 번 느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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