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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史 관심事

죽음을 기뻐하는 축제 '죽은 자들의 날 (Día de los Muertos)'

by Konstantin E 2023.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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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기리는 축제, '핼러윈데이'와 '죽은 자들의 날'에 대해 알아보고 생각해본다.

'핼러윈데이(Halloween Day)'?

 10월 31일이면 미국 뉴욕은 '핼러윈데이(Halloween Day)'를 맞이하여 수 천 명의 시민들이 귀신과 각종 유령, 영화와 동화 속 캐릭터 등 다양하고 코믹한 핼러윈 의상을 입고 거리 행진에 나서는 '뉴욕 핼러윈 퍼레이드'를 하고, 이를 보기 위해 수만 명의 구경꾼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축제의 밤을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요즘 한국에서도 곳곳에서 핼러윈 파티를 하는 풍경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외국 생활 경험자들이 늘어나고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숫자가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호텔, 유통, 주류 업체들의 얄팍한 상술로 만들어진 이벤트에서 젊은이들이 코스튬플레이를 하고 그저 마시고 즐기는 파티의 날로 변질된 듯하다.

 일 년에 한 번씩 열리는 지하세계 문을 통해 나타나는 죽은 자들과 악령을 경계하는 날

 기원전 5세기경 아일랜드 지방의 켈트족은 일 년을 10달로 나누어 계산했는데 10월 31일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며 추운 겨울이 시작되는 날로 여겼다. 그래서 이 날이 되면 태양의 힘이 약해져 죽은 자와 악마들이 산자의 세상에 나와 사고를 일으키고 살아있는 사람의 몸을 빌어 들어간다고 믿었다. 그래서 이 날은 되도록 집안에 머물렀고 육체를 점령당하지 않기 위해 악마나 죽은 자처럼 분장하고 다녔다고 한다. 이것이 핼러윈의 유래다.

핼러윈-호박


 이렇게 할로윈데이는 일 년에 한 번씩 열리는 지하세계 문을 통해 나타나는 죽은 자들과 악령을 경계하는 날이다.

죽음을 기뻐하는 축제 - '죽은 자들의 날 (Día de los Muertos)'

 그러나 같은 시기에 '죽은 자와 함께 즐기는 축제'도 있다. 바로 멕시코의 최대 명절인 '죽은 자들의 날(Día de los Muertos ; 망자의 날)'이다.

죽은-자들의-날-묘지-모습
죽은 자들의 날(Día de los Muertos)


 '죽은 자들의 날(Día de los Muertos)'은 해마다 10월 말일 멕시코 전역의 공원과 건물, 가정에 제단을 차리고 11월 1일에는 죽은 아이들을 위해, 11월 2일에는 죽은 어른들을 위해 기도와 음식을 올리는 '죽은 자들을 기리는 최고의 명절'이다.

"뉴욕, 파리, 런던 사람들에게 죽음은 입 밖에 내지 말아야 할 금기어다.
하지만 멕시코 사람들은 다르다.
그들은 죽음에 늘 관심을 갖고 자주 말하며, 죽음과 함께 잠들고 죽음을 축하한다.
그들에게 죽음은 가장 좋아하는 놀이이고, 영원한 사랑이다.”
-옥타비오 파스(Octavio Paz)


 이 날에는 죽은 자들이 1년에 한 번 이승의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찾아온다.
 사람들은 각 가정이나 공공장소에 죽은 자를 위해서 여러 색깔의 종이와 꽃으로 장식한 특별한 제단을 마련고 죽은 이의 사진과 함께 기독교 성인의 그림, ‘죽은 자의 빵’을 놓는다. 그리고 죽은 자가 생전에 살았던 집을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길에 꽃잎을 뿌려 놓는다. 
‘칼라베라(calavera)’라고 불리는 해골 모양의 초콜릿이나 캔디를 서로 교환하고 무덤에 가서 죽은 이를 위해 기도 하지만 술을 먹고 떠들썩하게 노래하면서 춤을 추기도 한다.
 '죽은 자들의 날’은 죽은 사람에 대한 ‘애도의 날'과 함께 죽은 가족, 친지 등을 1년 만에 만나는 '기쁨의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 행동은 절대 죽음에 대한 모독이 아니라, 삶과 죽음을 구별하지 않는 죽음에 대한 긍정적인 의식인 것이다.

 

대구교구청성직자묘지 입구에는 이렇게 글귀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Hodie mihi, cras tibi
(호디에 미기, 크라스 티비)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죽음은 오늘 나에게 왔지만 내일 너에게 찾아온다는 말이다.

대구교구청-성직자묘지의-입구
대구교구청 성직자묘지

 인간은 타인을 통해 기억되는 존재입니다. 어머니는 관이 되어 제게 기억으로 남았고, 제 죽음을 바라보게 하셨습니다. 내일은 저 역시 관이 되어 누군가에게 기억으로 남을 것이고, 또 그 자신의 죽음을 마주하게 할 겁니다. 인간은 그렇게 " 오늘은 내가, 내일은 네가' 죽음으로써 타인에게 기억이라는 것을 물려주는 존재입니다. - 한동일의 [라틴어 수업] 中

 

  내가 살아있는 동안 죽은 자는 내 기억 속에 살고, 내가 죽어서 나는 누군가의 기억 속에 다시 산다.
 결국 삶과 죽음은 함께한다.

 책이 남긴 글과 함께 '죽은 자들의 날'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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